댕댕이와 코스 걸으며 "나이스 샷"...수도권에서 펫 동반 라운드가 된다?

입력
2024.07.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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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클럽72 듄스코스 펫 동반 라운드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운영
산책처럼 반려견과 잔디 밟고 코스 돌아 인기

6월 24일 인천 클럽72 듄스코스에서 골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6월 24일 인천 클럽72 듄스코스에서 골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골프는 치고 싶은데, 반려견이 집에 혼자 남아 있다면 마음에 걸린다. 한 번 라운드를 나가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또 필드의 넓고 푸른 잔디를 보면 이 곳에서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 놀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날 수 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300만 명 시대에 그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 그것도 수도권에 위치한 골프장이다. 인천 중구 클럽72 듄스코스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펫 동반 라운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반려견과 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는 모습. 왕태석 선임기자

반려견과 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는 모습. 왕태석 선임기자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난 추세에 맞춰 반려견을 카트에 태우고 동반 라운드가 가능한 골프장이 곳곳에 있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견주가 반려견과 함께 잔디를 걸으며 라운드 전체를 돌 수 있는 코스라 특히 인기가 높다. 특별한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핫 플레이스'로 유명하다.

지난달 24일 펫 동반 라운드 참가를 위해 서울에서 온 윤미현씨는 "골프장을 강아지와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골프를 치러 갈 때마다 집에 혼자 있는 아이에게 엄청 미안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골프도 치고, 함께 산책도 할 수 있어 좋다. 원래 순한 아이라서 적응도 잘한다"고 말했다.

또 경기 안양시에서 왔다는 권오병씨는 "강아지와 갈만한 곳이 많이 없는데 큰 자연에서 같이 재미 있게 놀 수 있어 좋다"며 "호기심에 신청했는데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 표정을 보면 '힘들다, 좋다'는 게 다 드러나는데 지금은 기분 좋은 얼굴"이라며 "카트에서 떨어지면 위험하지만 같이 데리고 다니니까 안전하다. 스코어보다 즐기는 자체로 만족하고, 가성비도 굉장히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골퍼들이 반려견과 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골퍼들이 반려견과 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펫 동반 라운드 프로그램은 2~4인 플레이로, 9홀 또는 18홀을 이용할 수 있다. 9홀은 1인당 9만9,000원, 18홀은 13만9,000원이다.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는 천연잔디 타석에서 볼 60개를 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이는 반려견이 견주의 스윙 동작이나 소리에 놀라지 않고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훈 클럽72 본부장은 "도심 아스팔트, 보도블록에서 산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연친화적인 환경"이라며 "반려견이 견주와 잔디를 밟고 걸으면서 라운드할 수 있는 골프장으로 고객들의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반려동물 양육인구만큼 산책 에티켓도 좋아져 펫 동반 라운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김 본부장은 "반려견 인구가 많아져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에티켓을 많이 갖췄다. 사람들끼리 라운드를 할 때도 마찬가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견과 동반 라운드. 왕태석 선임기자

반려견과 동반 라운드. 왕태석 선임기자

펫 동반 라운드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 추후 대회까지 개최할 뜻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반려견 동반 라운드 인구가 늘어날 경우 대회 개최 같은 이벤트를 추가로 기획할 것"이라며 "수익금 중 일부를 유기견을 돕는 단체에 기부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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