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행되는 '금융판 중대재해법'... 횡령 사고 막을까

입력
2024.07.02 15:23
수정
2024.07.02 15:3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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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시행... 금융위, 책무구도조 법률 해설 공개
반년간 시범운영...연말까지 제재 비조치
"처벌보다는 금융사고 예방 목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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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에 대한 금융사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을 구체화한 '책무구조도'가 본격 도입된다. 당장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하는데, 정부는 조기 도입 금융사에 일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개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2일 금융권 질의사항과 답변을 담은 23쪽짜리 해설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해당 법률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사에 책무구조도 도입 등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국내 처음 적용되는 개념인 만큼 빠른 정착을 위해 유권해석을 미리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의 내부통제 책임자를 직무에 따라 명시해놓은 구조도를 뜻한다. 해당 회사 임직원은 물론이고 책무에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회사 임원도 포함된다. 예컨대 지주사 임원이 자회사인 은행을 대상으로 내부통제와 관련한 영향을 미친다면, 그 지주사 임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책무와 관련한 사고 발생 시 어떤 책임을 지는가인데,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를 위반하거나 임원이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 관련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제재조치를 받는 내용이다.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금융위원회 제공

당장 내년 1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하는 곳은 은행(53개) 및 금융지주회사(10개)다. 이후 보험, 증권 등 금융사 규모 순서대로 내년 7월부터 2027년 7월까지 1년마다 책무구조도 제출 의무화 범위가 넓어진다.

금융사들이 제재를 무릅쓰고 미리 책무구조도를 제출할 이유가 없는 만큼, 금융당국은 시범운영기간과 '비조치의견서' 등의 인센티브를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도 본격 시행 전 6개월간 조치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발급하는 등 계도기간을 뒀다"며 "이번에도 약 6개월 동안 시범운영기간을 운영해 금융사들이 당국 컨설팅을 받아 빠르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제재 강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지침이 마련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작업 중으로, 금융권 의견수렴 등을 거쳐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대형 금융사고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여러 금융사고의 원인이었던 장기근무나 성과평가지표 등이 책무구조도상에서 점검 대상이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점검할 의무가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 그리고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을 제재하겠다는 게 중점이 아니라 예방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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