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에 걸린 채 8개월… 새끼 돌고래 "엄마 보살핌으로 버티는 중"

입력
2024.07.02 12:30
수정
2024.07.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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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 종달이 현 상태 공개
해수부 "해양생물 구조치료 관련 제도 개선할 것"

입에 낚싯줄이 얽혀 있는 종달이 모습.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 제공

입에 낚싯줄이 얽혀 있는 종달이 모습.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 제공

지난해 11월 낚싯줄에 걸린 채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8개월째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양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이정준 감독(활동명 돌핀맨),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마크(MARC),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로 구성된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은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종달이의 현 상태와 구조 상황을 공개했다.

구조단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엄마 돌고래가 무리와 합류하기 어려운 종달이 곁을 지키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구조단은 "종달이를 주변에 둔 채 먹이 활동을 하던 어미 돌고래는 선박이 접근하거나 소음이 들리면 곧바로 종달이를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며 "온전치 않은 몸으로 힘겹게 버틴 8개월 동안 종달이가 살아있는 건 어미 돌고래 보살핌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포착된 종달이와 엄마 돌고래. 돌핀맨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2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포착된 종달이와 엄마 돌고래. 돌핀맨 인스타그램 캡처

종달이는 한때 수면 위에 가만히 멈춘 상태에서 뒤집기를 계속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됐지만 현재 전보다는 호전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입과 몸통에 낚싯줄이 엉켜 있는 상태라 구조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구조단은 꼬리에 폐어구가 걸린 채 유영하는 종달이를 발견하고 올해 1월 29일 꼬리지느러미 쪽 낚싯줄 일부를 절단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4월 8일 긴급 구조 작업을 벌였고, 포획 허가를 받은 뒤 5월 24일에는 포획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구조단은 "종달이와 어미는 무리 속에서 발견되지 않는 날이 대다수였다"며 "최근 종달이 위치를 확인했지만, 장마가 시작되면서 구조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낚싯줄이 얽힌 채 힘들게 유영하는 종달이의 모습.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 제공

낚싯줄이 얽힌 채 힘들게 유영하는 종달이의 모습.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 제공

구조단은 포획 허가 기간이 6월 30일 끝나면서 허가 기간 연장을 추진 중이다. 구조단은 "종달이가 구조단의 존재는 알고 있을 것 같지만 구조 작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야생동물은 매우 위험하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회피하거나 공격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구조단이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양생물 구조와 치료 체계를 세우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 제20조에 따르면 "부상을 입거나 어구 등에 의해 혼획된 해양동물의 구조·치료가 시급해 포획하는 경우 해양수산부로부터 허가권을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없이도 가능하다"는 게 해수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다 규정을 명확히 하고 신속히 조치하기 위해 해수부는 구조 치료 방안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 추진에 들어갔다.

종달이 구조 일지.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 제공

종달이 구조 일지.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 제공

해수부는 또 지자체가 설립하는 해양생태관이나 종복원센터를 해양생물 구조치료기관 거점센터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신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구조치료기관 방안 개선 및 거점 시설 확보, 민간기관과의 협력을 늘려가면서 관련 제도를 보완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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