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따면 지원금에 일자리도 제공" 노인 등친 사기꾼들

입력
2024.07.04 17:34
수정
2024.07.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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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찰청, 3명 구속·5명 입건
교육비 명목 1인 당 17만 원씩
노인 3500명 대상 6억 원 편취

B씨 일당이 고령자들을 상대로 자격증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B씨 일당이 고령자들을 상대로 자격증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에 사는 70대 A씨는 지난해 사회복지관에서 만난 지인으로부터 특정 민간자격증 취득 교육을 받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7만 원을 내고 3회 교육에 참여하면 매월 75만 원씩 6개월 동안 국가 지원금을 주고,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주관하는 시니어인턴십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별다른 수입이 없던 A씨는 한 달 생활비만 투자하면 노후 걱정을 덜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인을 따라 선뜻 돈을 입금했지만 일자리는커녕 교육도, 자격증도 받지 못했다.

민간 자격증 취득 교육을 받으면 교육비의 4배에 달하는 국가지원금과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속여 노인 수천 명으로부터 6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60대 B씨 등 3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B씨 등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민간자격증 교육비 명목으로 노인 3,500여 명으로부터 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회장, 강사,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서울에 본사를 두고 울산, 부산 등 전국에 12개 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고령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거나 지인들을 활용해 “교육비 17만 원을 내고 3회 교육을 이수하면 국가지원금 75만 원을 주고, 시니어인턴십 일자리도 제공한다”고 입소문을 냈다. 대규모 설명회를 열고 민간자격증 발급 단체와 실제 협약을 맺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에 솔깃한 노인들은 교육비를 입금하고, 민간 자격증 취득 신청서도 썼으나 B씨 일당은 교육을 하는 시늉을 내며 돈만 받아 챙겼다. 가로챈 돈은 생활비 등으로 탕진했다. 피해자 가운데는 90대 노인과 기초생활 수급자,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개별 단체들이 보조금 지급이나 취업 약속 등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불법일 경우가 많은 만큼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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