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투표 방해" 사용자위원 전원 불참... 최저임금위 파행

공익위원·노동자위원, 다음 회의 땐 복귀 촉구
법정기한 넘긴 최저임금 논의, 기약 없이 지연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들이 불참, 좌석이 비어 있다.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사용자위원 전원 불참 끝에 파행됐다.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8차 회의는 사용자위원 9명이 불참한 가운데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각 9명만 참석했다. 최저임금위 규정에 따르면 사용자위원이 불참해도 회의는 열릴 수 있지만, 의결을 위해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도 회의 이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실질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7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놓고 표결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위원들이 차등적용 표결에 반대하며 이인재 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배포 중이던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는 무리수를 뒀다. 혼란 속에 강행된 표결에서 차등적용은 부결됐지만, 사용자위원은 근로자위원의 물리력 행사를 문제 삼으며 향후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공익위원들은 민주노총의 표결 저지를 강하게 비판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2일 회의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근로자위원의 행태는 있을 수 없는 폭력”이라며 “어떤 조건에서도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민주적인 이행을 훼손하는 행위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인재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사용자위원의 불참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행과정이나 (최저임금 차등적용 불발) 결정에 아쉬움이 들 수 있지만 심의기한이 임박한 점을 감안해 사용자위원들의 결단을 간곡히 부탁한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노동계는 유감을 표명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이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반대하며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가며 항의하게 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표결저지 행동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한 측면이 있기에 노동자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노동계 측도 내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해 사용자위원의 조속한 복귀를 요청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측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사용자위원의 불참으로 논의가 불발됐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인 6월 말이 지난 상황에서 사용자위원들이 9일로 예정된 9차 회의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심의 일정은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