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마약 돌진남' 정체는... 불법 도박 운영자였다

입력
2024.06.04 14:19
수정
2024.06.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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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박 '국내총판'하며 돈 벌어
리딩방·도박 'MZ조폭' 99명 검거

경찰이 검거한 조직원들의 단합대회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이 검거한 조직원들의 단합대회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약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다 보행자를 쳐 사망케한 신모(29)씨. 그의 정체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차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후, 람보르기니를 타고 도주한 홍모(30)씨도 이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금융범죄수사대·마약범죄수사대와 함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61명, 불법 리딩방 운영자 30명 등 총 99명을 검거(구속 2명)하고 이중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20대와 30대인 이른바 'MZ 조폭'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자금 출처를 수사하던 중,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조직을 적발했다. 일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원을 모집했다. 이후 캄보디아에 사무실을 마련해 합숙을 하며 수십 개 대포계좌를 모으고, 다단계 구조를 통해 회원들을 관리했다. 일당은 총 8,600억 원의 도박자금을 운영했다. 경찰은 현지 체류 중인 공범 2명도 추가로 검거해 범죄집단조직 혐의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경찰은 람보르기니 흉기 위협 피의자인 홍모씨가 이 사이트에서 도박을 하고,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씨가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신씨는 도박사이트 회원을 모집하는 '국내 총판' 역할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직업 없이 고가 수입차를 타고 다니며 고소득을 올린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거래내역을 확인해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과정에서 불법 리딩방 운영 조직도 적발됐다. 일당은 리딩방을 통해 해외 선물 투자를 대행해 준다며 101명의 투자자를 유치했고, 투자금 또는 수수료 명목으로 21억 원을 수수했다. 전자거래 플랫폼을 해킹해 해외선물 거래 손실금을 만회해주겠다며 3억4,000만 원을 편취했다. 코인을 위탁판매하겠다고 속여 32억 원을 가로챈 2명에 대해서는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고령 피해자들을 노리고 오픈 채팅방으로 유도했는데, 이로 얻은 수익금을 유흥비나 슈퍼카 렌트비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신씨가 'MT5'라는 조직을 만들어 범죄 수익 세탁, 마약 투약 등의 범죄를 저지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MT'는 해외선물투자에 이용되는 전자거래 플랫폼일뿐 조직의 이름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신씨가 불법리딩방을 운영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롤스로이스 남성'으로 잘 알려진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 10분쯤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인도로 차량을 몰아 20대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등에서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을 포함해 7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당일에도 한 의원에서 처방받은 향정신성 약물을 투약한 후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개월 투병 끝에 숨졌다. 신씨는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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