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전주·부산이 궁금한가요? 이 재미난 만화부터 보시죠"

입력
2024.06.28 13:00
11면

삐약삐약북스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

편집자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오리지널 출판만화 '거짓말들'의 만화가 미깡이 한국일보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만화책을 소개합니다.

각 지역 도시를 만화책으로 만드는 만화출판 프로젝트 지역 탐방기 '지역의 사생활 99'의 부산과 강릉편 표지. 삐약삐약북스 제공

각 지역 도시를 만화책으로 만드는 만화출판 프로젝트 지역 탐방기 '지역의 사생활 99'의 부산과 강릉편 표지. 삐약삐약북스 제공

오늘은 작품 한 편이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추천하려고 한다. 9곳의 지역 도시를 9명의 만화가가 9권의 만화책으로 소개하는 로컬 만화 프로젝트 '지역의 사생활 99'. 서울에 모든 인프라가 몰려 있어 '서울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아내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유일무이하고 획기적인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전북 군산에 있는 독립만화 전문 출판사 ‘삐약삐약북스’의 기획으로 2020년 대장정에 오른 '지역의 사생활 99'는 시즌 1에서 부산·대구·고성·군산·충주·단양·광주·담양 등 9개 도시를 조망했다. 이듬해 시즌 2는 강릉·경주·구미·대전·동해·양산·옥천·울산·정읍 9개 도시를, 시즌 3은 포천·전주·왜관·인천·남해·화순·보성·김해·속초, 그리고 특별편 조선까지 10곳을 다뤄 지금까지 총 28권을 내놓았다. 양적으로도 방대하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다채롭다.

그도 그럴 것이 장르와 스타일이 각양각색인 28명의 작가가 28곳의 각기 다른 장소를 무대 삼아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지역의 오랜 역사적 아픔을 묵직한 스토리로 재구성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동네 구경을 시켜주듯 골목을 누비며 지역의 속살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23세기로 훌쩍 넘어가 미래의 시점에서 도시를 추억하기도 한다. 지역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이야기, 자전적인 이야기, 환상적인 이야기가 경계 없이 넘나들며 자유롭게 펼쳐진다. 한 지역을 다룬다는 공통의 전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열려 있는 시리즈다.

지역 예찬도, 관광지 소개도 아니어서 매력적인

'지역의 사생활 99' 시즌 3의 경기 포천편의 한 장면. 란탄 작가가 글과 그림을 맡았다. 삐약삐약북스 제공

'지역의 사생활 99' 시즌 3의 경기 포천편의 한 장면. 란탄 작가가 글과 그림을 맡았다. 삐약삐약북스 제공

지역에 대한 만화지만 지역 활성화를 염두에 둔 홍보성 만화는 아니다. 지역 예찬은커녕 작품 내내 "여긴 뭐 별거 없네" 같은 대사가 나오기도 부지기수. 그저 거기서 태어났거나 한때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인물들이 그 지역에서 크고 작은 일을 겪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여행 책자도 아니지만, 인물들에게 감정이 이입되고 나면 그들의 발길이 닿고 생각이 머물렀던 그 길들을 한 번쯤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솟아난다. 여태 이름만 알고 연결고리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던 어느 도시가 조금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그 도시에 아는 사람이 하나 생긴 것처럼.

출판만화로서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독립·출판만화 경력이 있는 작가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마음껏 펼쳐 놓았다. 종이책에서만 표현 가능한 색다른 컷 구성과 만화 연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작가 인터뷰와 지역에 대한 정보도 담았으니 내 취향의 창작자, 내 취향의 도시를 새로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지역의 사생활 99'라는 타이틀에 맞게 99권까지 나오면 좋겠지만 침체기에 놓인 출판만화 시장을 보면 무리한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계속 응원하고 싶다. 부디 이 멋진 프로젝트를 많이 보아주시기를.

미깡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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