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SK, AI·반도체 집중적으로 키운다

입력
2024.06.30 18:00
수정
2024.06.30 18: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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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계열사 CEO 1박2일 '끝장 토론'
219개 계열사 사업 조정…후속 조치 잇따를 듯
'반도체위원회' 신설...SK하이닉스 103조원 투자

최태원 SK 회장이 28, 29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 회장이 28, 29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SK그룹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AI와 반도체 분야로 그룹의 투자 방향키를 돌렸다. 중복 사업 재편 등으로 수익성을 높여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그룹의 핵심 먹거리로 꼽힌 그린·화학·바이오 사업은 '선택과 집중'으로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로 했다.

SK그룹은 28, 29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 명 등이 참석해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전략 방향에 뜻을 모았다고 30일 밝혔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도 처음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안팎에서는 계열사 합병안 등이 이 자리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회의에서는 그룹 체질을 바꾸고 투자 여력을 확보하자는 큰 틀의 논의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사업 개편 급물살 탈 듯

그래픽 김대훈 기자

그래픽 김대훈 기자

최 회장은 우선 SK의 주력 분야인 에너지 설루션이 AI 못지않은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민 중인데 큰돈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외의 중복·부실 사업은 수익성을 따져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의에서 계열사별 구체적 사업 재편 방안을 결정하지는 못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린 사업 등 성장 정체 분야의 투자는 속도조절 한다'는 등 큰 틀의 방향만을 제시한 상황"이라며 "계열사별로 검토 중인 사업 재편안을 보고·공유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 사업 리밸런싱(재편) 방안은 담당 CEO만 참석하는 사업 분과별 토론위원회에서 논의됐다"며 "합병 등 구체적 방안보다는 투자 재원 마련에 논의의 초점을 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5월 SK그룹은 2026년까지 247조 원대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그린 비즈니스(배터리 설비, 수소, 풍력,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에 67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설비에 32조7,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2018~2023년 15조 원을 투자한 상태다.

SK는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 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부채비율은 91.1%로, 삼성(118.8%), 현대차(93.6%), LG(103.6%), 롯데(125.8%), 한화(314.6%)보다 낮은 편이다.

CEO들은 전체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하기로 하고 각 사 내부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2023년 말 취임부터 그룹 내 중복 사업 재편을 최우선 순위에 뒀던 최창원 의장"각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등에 속도를 내서 시장에 기대와 신뢰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업 재조정 과정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 등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이고 진정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자회사 간 합병, 자산 매각 등 후속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미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를 8,2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고 SK㈜도 베트남 투자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배터리 사업을 살리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SK온과 SK엔무브 간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 만큼 이 같은 방안이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7월부터 구성원과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 설득 작업 등 후속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중간보고 성격인 이천포럼(8월)에서 중장기 경쟁력과 직결된 경영 화두를 제시하고 10월 CEO 세미나에서 계열사별 구체적 실행 전략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AI 게임체인저 HBM에 82조 투자

최태원 SK 회장이 28, 29일 경기 이천TL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 회장이 28, 29일 경기 이천TL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 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SK가 2022년 투자 계획 발표 당시 그룹의 주요 사업을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로 잡았는데 이제는 'AC'(AI·반도체)로 방향 전환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2026년까지 80조 원을 확보해 AI, 반도체 등에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알려지지 않았다.

SK그룹은 AI·반도체 투자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 AI 밸류체인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5년 동안 총 103조 원을 투자하는데 이 중 약 80%(82조 원)를 HBM에 쏟아붓는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 동안 3조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AI·반도체 밸류체인에 관련된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7월 1일 자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새로 두기로 했다. 위원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맡는다. SK그룹 관계자는 "다가올 큰 기회에 대비해 성장의 밑거름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것이 이번 회의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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