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보는 반려동물 위자료 문제

입력
2024.07.03 04:30
27면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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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K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SK의 최태원 회장님과 노소영 관장님 간의 이혼 소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노소영 관장님은 1심에서 위자료 3억 원을 청구했으나 1억 원만 인정받았고, 최근 2심에서 위자료 30억 원을 청구해서 20억 원을 인정받았다. 이혼 사건의 위자료는 일반적으로 1~3,000만 원 정도이고 최대 3억 원까지만 인정되었던지라, 이번 20억 원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위자료란 정신상의 고통을 배상하기 위해 지급되는 금원이고, 법원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정하고 있다. 위 이혼 판결의 경우 부양의 정도, 재산상태와 수입액, 혼인 파탄의 경위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억 원의 위자료가 산정되었다.

그렇다면 반려견 사망 시의 위자료는 어떨까. 과거에는 반려동물이 물건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해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 별도의 위자료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법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위자료가 인정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소유자는 반려동물과 정신적인 유대감과 애정을 나누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사망으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면 위자료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10년 간 기른 반려견을 인근 주민이 쇠파이프로 수회 때려 죽인 사건에서, 각 가족 구성원에게 최대 3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광주지방법원 2017가단512394).

이혼 위자료 20억 원과 반려동물 사망 위자료 300만 원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반려동물 자신의 위자료 청구권이 없다는 것이다. 즉, 반려동물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생명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에 더해 반려동물은 현행법 상 물건에 불과하므로 법원이 위자료 산정 시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법원은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 사망 시, 교통사고에는 1억 원, 대형재난사고에는 2억 원, 영리적 불법행위에는 3억 원 등의 위자료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혼이나 동물학대의 경우에는 어떠한 기준도 없기에 위자료가 일관성 없이 정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불법행위에 대해 위자료의 기준을 정하되, 특히 동물학대의 경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의 취지를 반영하여 위자료 기준을 높게 정하여야 할 것이다.


한재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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